[머니투데이] 아이 셋이면 연봉 1200만원 더 주는 회장님의 이유
2019-06-14MDM그룹 직원 자녀수 따라 月 20~100만원 육아수당 지급, "저출산 기업생존에도 위협"
"집도 오피스도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필요한 상품 아닙니까."
국내 디벨로퍼 1세대 맏형인 문주현 MDM그룹 회장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자녀가 있는 모든 직원에게 매달 급여 외에 최대 100만원의 육아 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것.
MDM그룹의 전 직원은 350여명. 자녀가 셋인 직원은 당장 다음 달부터 월 100만원씩 연봉이 사실상 1200만원 오른다. 자녀가 둘이면 매달 50만원씩 연간 600만원, 자녀가 한 명이면 월 20만원씩 연간 240만원 실수령액이 늘어난다.
주택이나 오피스를 개발하는 디벨로퍼가 갑자기 출산과 양육문제에 주목한 이유가 뭘까. 사실 회사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모든 직원에게 돌아가는 복지제도가 아니다보니 싱글이나 '노키드' 직원들의 반발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문 회장은 지난해 첫 손주를 봤다. 단순히 손주가 예쁘고 사랑스러워서는 아니다. 20여년 간 크고 작은 개발현장에서 난제를 풀어온 문 회장이지만 "인구감소는 솔직히 두렵다"고 했다.
한국의 가임여성(15~49세) 1인당 출산율은 2017년 기준 1.052명. 미국과 영국은 각각 1.88명이다. 프랑스도 1.98명으로 우리보다 높다. 사실상 인구 유지가 안 되는 수준이다.
문 회장은 "부동산 상품도 사람이 있어야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다"며 "인구가 줄어들면 주택뿐 아니라 모든 소비재 수요가 감소하고 경제가 침체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MDM그룹은 자녀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양육비를 계속 지급하겠단 방침이다. 대학에 진학한 자녀에겐 학비 전액을 지원해왔다. 요람에서 대학졸업까지 성장 단계에 맞춰 지원해주는 셈이다.
부동산업계는 여직원이 적고 남성 위주의 문화가 지배적이다. 개발과 시공을 같이 하는 B기업의 경우 최근까지도 여직원이 임신하면 반강제적으로 퇴사시키는 후진적 사례가 회자되기도 했다. 그만큼 MDM그룹의 실험은 파격적이다.
문 회장은 "인류의 생존과 공존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기업도 생존한다"며 "인류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사업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부동산개발과 인연을 맺어준 '운명'에 감사하다고도 말했다.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문 회장은 중학교 졸업 후 한겨울에 김, 미역을 캐 생계를 꾸렸고 직업훈련원에선 하루 12시간씩 일하다 온몸에 쇳독이 오르기도 했다. 검정고시로 주경야독해 대학을 나와 나산그룹 입사 7년 만에 임원이 됐지만 IMF로 회사가 부도나자 5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분양대행에 주력하던 창업초기에도 '영업의 달인'으로 불렸지만 평생 술과 담배는 입에 댄 적이 없다. '내 가치를 알고 키워준'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은 지금도 은사로 모시고 주기적으로 만난다.
MDM그룹은 최근 본업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간 주거상품개발에 주력했다면 이번엔 애플 본사 뺨치는 친환경 '오피스 캠퍼스'를 조성한다. 서초동 옛 정보사부지를 1조원에 사들였다. 서리풀공원 내 9만㎡ 부지에 35만㎡의 첨단 오피스를 조성하겠단 계획이다.
강남 알짜 입지지만 워낙 규모가 크고 용도와 층고가 제한돼서 경쟁사들이 엄두를 못 냈던 땅이다. 문 회장은 "그런 땅에 집을 짓는 것은 낭비"라고 잘라말했다. 기업이 모여 일자리가 생겨야 인구가 늘고 도시가 꽃을 피운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강남의 오피스수요는 견고한데 정작 테헤란로는 초기에 도시계획이 500평 단위로 찢어서 이뤄져 빌딩마다 좁고 높기만 하다"며 "바닥면적을 2배 이상 넓히되 층고는 15층으로 낮춰 창의적인 오피스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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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기사 : http://news.mt.co.kr/mtview.php?no=2019061216223014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