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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건설이 교향악이라면 디벨로퍼는 카라얀이다

2015-07-16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의 디벨로퍼의 세계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문주현 엠디엠(MDM)그룹 회장이 최근 또 한 차례 유명세를 치렀다.

문 회장이 경영하는 엠디엠을 주축으로 한 엠디엠카이트캐피탈컨소시엄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승호텔과 삼부오피스빌딩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엠디엠과 호텔 소유자인 삼부토건의 입장 차이로 최근 양측이 맺은 조건부 양해각서 효력과 우선협상자 지위는 원인무효가 됐다. 하지만 이 일은 디벨로퍼(부동산개발회사) 대박 신화의 주인공이자 1세대인 문 회장의 위력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경영난 속에서도 삼부토건은 강남 요지에 자리잡은 르네상스호텔을 신주단지 모시듯 아껴왔다. 66년의 역사를 가진 삼부토건은 국내 건설면허등록 1호이자 한때 시공능력순위 10위권에까지 올랐던 회사다.  문 회장의 뱃심은 호텔 인수과정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삼부토건 대주단(채권단)에 9000억원이 넘는 인수대금을 제시해 경쟁자들을 제쳤다. 르네상스호텔을 허물고 그 자리에 고층 고급 주거ㆍ상업시설 복합단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오랜 기간 디벨로퍼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에서 나온 것이다.

문 회장은 1998년 회사를 설립한 후 분당 코오롱 트리폴리스,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해운대 대우월드마크센텀, 광교 푸르지오월드마크 등 굵직한 주상복합단지 분양대행과 개발을 성공시키며 부동산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2002년 매출 142억원짜리 회사는 어느덧 부동산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어느 디벨로퍼나 그렇지만 문 회장 역시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좋은 땅을 고르는 안목을 꼽는다. 그런 그에게는 땅을 고르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이제껏 그가 시행사업을 전개한 곳은 대부분 역세권 공공택지다. 땅을 사들이기 전에 꼭 살펴보는 게 생활편의시설과 교통 여건이다.

물론 자수성가한 중견건설사 오너들은 대부분 비슷한 원칙을 갖고 있다. 좋은 땅을 고를때는 몇 번씩 걸음을 해 발품을 판다.

민간택지는 웬만하면 사지 않는다. 기대보다 용적률이 낮게 책정되거나 인ㆍ허가 지연 등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다. 사업부지를 매입할 때 땅값의 20% 정도는 투자하는 게 또 다른 문 회장의 원칙이다. 직접 투자자금 비율이 높아지는만큼 노력은 배가 된다.

개발 사업 성공의 첫번째 요건이 좋은 물건(땅)을 고르는 것이라면 다음 단계에서 중요한 건 그 땅에서 만들어진 상품(건물)에 가치를 입히는 것이다.

엠디엠은 경기 분당 코오롱 트리폴리스, 파크뷰 등 분양대행을 맡은 물량을 모두 성공시켰다. '건설사들은 원가를 절감하지만 디벨로퍼는 가치를 창조한다'는 게 문 회장의 지론이다.

문 회장은 첫 시행사업인 부산 센텀시티 내의 주상복합 아파트 '월드마크센텀'에 차별성을 부각시켜 인근 아파트 분양가보다 좋은 가격에 팔았다. 월드마크센텀은 디벨로퍼업계에서 손 꼽히는 가장 성공적인 개발사업 중 하나다.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역시 가치를 입히는 작업의 하나다. 광교신도시에 분양한 '광교 더 샵 레이크파크'를 분양할 때는 판에 박힌 홍보 문구를 과감히 덜어냈다. '설거지로부터 해방'이라는 문구로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입주민들이 싼 가격에 매일 밥을 사먹을 수 있는 클럽 라운지를 사실적인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다.

디벨로퍼는 땅을 사서 어떤 건축물이 그 땅의 가치에 적합한 지를 결정하고, 어떻게 꾸며 고객들에게 판매할 것인가 전략을 세운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없이는 성공하지 못하는 시대로 바뀔 것이라는 게 문 회장의 예상이다.

문 회장은 지난해 정춘보 신영 회장에 이어 3대 부동산개발협회장에 취임했다. 취임 전부터 설립의지를 밝혔던 인큐베이팅센터나 민간공공개발협력센터를 통해 회원 간 네트워크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호를 개방해 신진 디벨로퍼를 적극 영입해 진성회원을 3배 이상 늘리고, 부동산 개발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개선시키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국가기간산업에 걸맞은 위상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흔히 문 회장의 경쟁자로 정춘보 회장을 꼽는다. 세살 위인 정 회장은 부산시 공무원에서 사업가로 변신해 빌딩임대관리와 분양대행을 통해 사업을 확장시키고, 2000년대 잇따라 대규모 개발사업을 성공시켰다.

문 회장과 마찬가지로 1세대 디벨로퍼다. 신영은 최근 주택임대관리업체인 '신영홈스'를 설립하고, 관련분야로 사업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1세대 디벨로퍼 대표주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벌이는 경쟁은 부동산개발업의 사업영토를 확장시키며, 국내 부동산산업이 서비스산업으로 발전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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