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PRESS RELEASE

보도자료

“저출산, 디벨로퍼에게도 중요이슈… 세 자녀 직원에 월100만원씩”[현안 인터뷰]

2025-02-12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카이트타워 엠디엠그룹 집무실에서 저출산·고령화·저성장 등

사회 현안과 부동산 개발업계의 나아갈 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현안 인터뷰 - 문주현 MDM그룹 회장

1명은 20만원 · 2명은 50만원
아이들이 18살 될 때까지 지원
출산율 떨어지면 집 수요 줄어
과감한 정책 실행해야 해결 돼
고객이 원하는 상품 고민하다
하루 세끼 주는 아파트 첫 도입
건설업 침체, IMF 때보다 심각
디벨로퍼도 구조조정 못피할것


[문화일보. 김영주 기자]


‘한국의 트럼프’ ‘대기업 총수 반열에 오른 첫 부동산 디벨로퍼.’

문주현 엠디엠(MDM)그룹 회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엠디엠그룹은 2023년 기준 자산총액 7조4600억 원으로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 63위에 올랐다.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성공한 부동산 개발업자 아버지를 둔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맨땅에서 부동산 제국을 건설했다는 것.

1958년 전남 장흥의 가난한 농가의 9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그는 중학교 졸업 이후 농사를 짓다가 검정고시를 거쳐 27살에야 경희대 회계학과에 입학했다. 장학금을 받으며 고학한 끝에 31살에 대학 졸업장을 따고 나산건설에 입사했다. “당시 일에 미쳐 있었다”는 문 회장은 10년간 7번의 특진을 거듭해 최연소 임원에 오른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쓰러지고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이듬해 1인 분양대행업체를 차린 그는 20년 후 수조 원대의 큰 부를 거머쥐었다. 이러한 샐러리맨의 신화를 쓴 그이지만 지난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배 디벨로퍼들이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엠디엠그룹 역시 과거와 같이 폭발적인 성장기를 향유할 수 있을지 물음표라고 했다. 한국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의 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 회장이 엠디엠그룹 직원을 대상으로 ‘요람에서 대학까지’를 모토로 파격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다.

―저출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23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저출산이 계속되면 집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 디벨로퍼인 저로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는 마음으로 2019년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녀 1명당 월 20만 원, 2명은 월 50만 원, 3명은 월 100만 원을 아이들이 18살이 될 때까지 지원하고 있다. 3자녀 직원 기준으로 18년 동안 2억1600만 원을 지원하는 거다. 대학 학비를 전액 지원해준다.”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됐나.

“사실 저출산은 미봉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교육 개혁, 젊은 세대가 집 걱정 안 하게 만드는 주택 정책, 두 자녀 이상 자녀의 대학 학비 전액 지원이나 취업 우대, 개방적 이민 정책, 비혼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 과감한 정책들이 어우러져 실행될 때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저출산·고령화가 엠디엠그룹의 사업에 영향을 주나.

“당연하다. 부동산 시장이 좋아지려면 경기가 좋아야 하는데 수출이 잘 안 되고 있고 저금리 시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인구까지 줄고 있다. 그럼에도 틈새시장이 시니어 사업이라고 보고 도전 중이다. 부동산 시장은 젊은 수요자 중심에서 시니어 시장으로 중심축이 변화할 텐데, 이런 변화를 어떻게 건축 공간에 반영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2007년 부산 해운대 월드마크 센텀에서 첫 시행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뒤 판교, 광교, 삼송 등 신도시 개발도 잇따라 흥행했다. 후배 디벨로퍼들은 그렇게 성공하기가 어려울까.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려면 땅이 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싼 땅이 없다. 논바닥 가운데 집을 지을 수도 없지 않나. 옛날 같은 호황을 꿈꾸기는 굉장히 어렵다.”

―과거에 성공했던 비결이 무엇인가.

“소비자가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려고 했다. 우리가 같은 가방이어도 브랜드는 그렇지 않은 가방의 수십 배 돈을 주고 산다. 아파트도 똑같다. 우리나라에서 아침·점심·저녁을 다 주는 아파트는 내가 최초로 도입했다.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우리가 아파트에 사우나, 헬스장, 독서실을 모두 넣어서 커뮤니티를 완전히 특화시킨 거다. ‘집이 아닌 호텔에 사세요’로 밀고 나가니 입소문이 났다. 광교 레이크시티를 분양할 때는 ‘식사 준비와 설거지로부터 해방’이라는 카피를 썼다. 그랬더니 분양 문의 전화가 5배 넘게 쇄도했다.”

―지난해에 분양한 광진구 포제스 한강은 평당 1억 원이 넘는 분양가로 파란을 일으켰다.

“사실 주변에서는 분양가를 깎아야 한다고 주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난 ‘한강이 내 거다’ 이걸로 된다고 생각했다. 하이엔드 아파트를 지으니 광장동 주민들도 굉장히 반기고 있다.”

―동물적인 감각이 있는 거 같다. 앞으로 한국의 부동산개발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도심 재생으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선릉역 근처에 있는 작은 필지의 땅들을 지주들과 협의해서 하나둘씩 사들이는 거다. 그렇게 작게 쪼개진 땅을 모아서 일본의 아자부다이 힐스처럼 대규모 통합 개발을 해야 한다. 도쿄(東京)역 근처를 가보면 이렇게 개발을 해서 도시가 완전히 살아났다. 고층으로 올려서 건물 사이사이를 시원하게 넓히면 바람길도 보이고 쾌적성이 올라간다. 건물 디자인이 살아나고 도시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 도시의 건축물이 아름다우면 그 건축물 자체가 경쟁력이 되고 그 안의 쇼핑, 문화, 음식을 즐기러 전 세계에서 몰려든다. 우리도 일본 간다, 중국 간다, 미국 간다고 하지 않고 LA 간다, 뉴욕 간다, 상하이(上海) 간다고 도시 이름을 말하지 않나. 디벨로퍼가 개발을 잘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면 아름다운 도시가 만들어지고 그것은 도시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

―디벨로퍼는 어떤 역할을 하나.

“디벨로퍼는 사람이 살기 좋고 편리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종합 예술을 하는 사람이다. 시공사가 하드웨어라면 디벨로퍼는 소프트웨어다. 땅 매입부터 설계·금융·시공·마케팅·관리운영까지 전 분야를 컨트롤하는 게 바로 디벨로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디벨로퍼들이 영세하다 보니까 시공사에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분양가와 공사비 책정, 시공 등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시행사와 시공사는 이해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시행사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현행 5% 미만에서 20%까지 늘리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개선 방안을 내놨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실력 없이 무분별하게 일확천금을 노리는 디벨로퍼들이 너무 많았다. 1000억 원짜리 개발 사업을 한다면 자기 돈이 200억 원 아니면 20억 원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달랑 2억 원을 들고 전액 대출을 받아서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금융 기관마저 부실화했다. 금융 기관들도 고금리 장사를 하려고 브리지론 같은 고위험 대출을 해줬다. 그렇다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누가 책임을 지나? 금융기관들만 물리게 되어 있는 거다.”

―최근의 건설업 침체는 어느 정도인가.

IMF 때보다도 훨씬 더 심각하다. 거의 고사 상태로 갈 거라고 예상한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시대로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팽창 시대에는 신도시도 만들고 기반 시설도 만들면서 성장해 왔으나 이제 할만한 건 다 했다. 지금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건설사가 3배가량 더 많다고 하고 디벨로퍼들도 90%는 존폐 위기에 몰려 있다. 구조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언제쯤 건설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까.

“침체기는 심하면 7년, 10년씩 이어지기도 한다. 경기가 회복되려면 땅값이 떨어져야 하는데 땅값이 떨어지는 건 쉽지 않다.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와 전반적으로 엮여있는 거다.”

―지방 부동산 전망은 어떻게 보나.

“국지적으로 좋은 동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구가 줄기 때문에 대체로 살아나기 어렵다고 본다. 기업은 다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방 인재들도 서울로 몰린다. 이건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

―빌라,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비아파트 시장은.

“상가는 온라인 직구매가 대세인 시대 흐름 상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본다. 상가에 가서 물건 사고 먹고 마시는 시대는 지났다. 오피스텔은 아파트 시장이 강세일 때 거기서 흘러넘치는 수요가 모여드는 곳이다. 돈 있는 사람들이 월세를 받으려고 하는 투자처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마저도 집 한 채로 보는 규제가 지속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일부 해줬지만 찔끔 혜택을 주는 정도로는 절대 비아파트 시장이 살아나지 않을 거다. 사실 지금은 과감하게 풀어도 매수 심리가 살아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농가 주택을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는 정책을 시행해도 농가 주택을 사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나. 부동산 규제를 제대로 풀어야 할 때라고 본다.”

―후배 디벨로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한민국은 괜찮은 나라다. 내가 줄이나 백도 없이 시작했지만 지금 행복하다. 학창시절 공부도 특출나게 잘 하지 않았는데 자기소개서에 내가 고생한 이야기를 쭉 썼더니 한 장학재단 이사장이 내게 장학금을 지원해줬다. 그때 너무 감사해서 스스로 ‘내가 돈을 벌면 당신이 준 몇 배 이상으로 후배들한테 갚겠습니다’라고 맹세했다. 1998년도에 회사 설립을 하고 3년 만에 10억 원의 수익이 발생했을 때 5억 원을 출연해 문주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지금까지 667억 원의 재산을 출연해 5741명의 학생들에게 123억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요즘 말로 꼰대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성공하고 싶다는 열정과 간절함을 가져야 한다. 길을 가다가 내 길이 아니면 빨리 길을 바꾸는 용기와 지혜도 필요하다.”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이 서리풀 복합시설 개발사업 모형도 앞에서 개발 구상을 소개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선진국 캠퍼스 스타일 ‘도심복합개발’ … 미래형 실버타운 위한 ‘시니어 사업’
■ 저성장·초고령화 시대… 문 회장이 보는 ‘신사업 키워드’


한국의 1세대 부동산 디벨로퍼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의 사업적 촉수가 요즘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는 부동산 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문 회장은 “‘시니어 사업’과 ‘도심복합개발사업’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엠디엠그룹이 신한은행, 이지스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옛 국군정보사령부 부지 9만6795㎡를 1조956억 원에 매입해 추진 중인 ‘서리풀 복합시설 개발사업’에 대해 문 회장은 “테헤란로 오피스 로드의 마침표를 찍는 국내 최대 규모 복합개발 사업”이라며 “기존의 오피스나 아파트나 대학교 건물처럼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서 탈피해 자연 속에 묻혀서 하나가 되는 선진국형 캠퍼스 스타일의 오피스 단지 개발 사업”이라고 말했다. 8년 동안 유찰을 거듭한 정보사 부지는 처음 공매에 부쳐졌을 당시 6000억 원대였으나 엠디엠그룹은 이보다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낙찰을 받았다. 공공부지 입찰은 유찰되면 가격이 떨어지는 일반 물건과 달리 재입찰 시 매년 공시지가 상승률을 반영해 입찰가를 재산정하기 때문이다. 문 회장은 “정보사 부지 근처엔 법원·검찰이 있고 서초역에서 200m 거리인 데다 숲 속에 둘러싸인 천혜의 입지”라며 “오피스도 앞으론 친환경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엠디엠그룹은 서리풀 업무지구에 들어설 오피스 5개 동을 8가지 무지개색을 배합한 건물 외장으로 가을이면 단풍처럼 보이고 여름에는 푸릇해 보이도록 설계했다. 스위스의 건축회사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설계한 국내 최초의 미술관형 수장고인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도 서울시에 기부 채납할 예정이다. 올해 중으로 본공사를 착공해 2030년 준공이 목표다.

엠디엠그룹은 또 경기 화성시 동탄면에서 4000가구의 시니어 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18만6487㎡의 부지에 노인복지주택 3000가구와 오피스텔 1000실 및 의료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으로 문 회장은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현시점에 대한민국의 미래형 실버타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가 내 또래인데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한 해에 100만 명씩 태어나 시니어가 됐는데 나이가 들면 외로움을 느끼게 되어 있다”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액티브 시니어들을 위한 시니어 아카데미, 수영장, 사우나, 찜질방, 미니 노천극장, 댄스홀, 청춘극장 등을 커뮤니티에 집어넣어서 폼 나게, 흥이 폭발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노인들의 천국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헬스케어 리츠 방식을 통해 추진하는 동탄 헬스케어 리츠 사업 역시 2026년 착공, 2030년 준공 및 주식 공모·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everywhere@munhwa.com)




원본기사 :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689453?sid=101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