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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재 블랙홀` 혁신오피스…FAANG 생산성, 제조업 빅4의 두배

2019-11-21

`인재 블랙홀` 혁신오피스…FAANG 생산성, 제조업 빅4의 두배


창의와 협업의 핵심은 공간

녹지속 널찍한 `랜드스크래퍼`

저층건물에 공간사이 벽 없애


아마존, 고층 빌딩숲 한가운데

대규모 온실 식물원 만들어

구글 1조5천억 들여 신사옥

애플도 UFO형 오피스로

한국도 미래오피스 고민할때


◆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혁신을 만드는 사무공간 ◆


미국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의 페이스북 본사 신사옥 내부 모습. 확 트인 널찍한 사무공간과 배관이 그대로 드러난 높은 천장, 와이드한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제공 = 엠디엠그룹] 

미국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의 페이스북 본사 신사옥 내부 모습. 확 트인 널찍한 사무공간과 배관이 그대로 드러난 높은 천장, 와이드한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제공 = 엠디엠그룹]



배관과 철근이 그대로 드러난 높은 천장 아래 벽이 없어 탁 트여 있어도 끝이 안 보이게 넓은 사무공간이 펼쳐져 있다. 옥상에는 휴양지라고 해도 믿을 만한 3만3000㎡(1만평)가량의 공중정원이 조성돼 있다. 카페테리아 소파에 누워서 동료와 수다를 떨고, 반려견을 데리고 정원을 산책하는 직원들을 보고 있으면 여기가 직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오피스로 꼽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 본사의 모습이다.


지난 6일 방문한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의 페이스북 신사옥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거대한 `두뇌 공장`이 연상된다. 탁월한 근무환경으로 전 세계 두뇌를 끌어모으고, 창의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공간에서 `쉼과 일`을 뭉뚱그려 24시간 아이디어를 짜낸다. 이 아이디어들은 층도 없고 벽도 없는 공간에서 공유되며 `계급장 떼고` 경쟁한다. 직원들은 어디서 어떻게 일을 하든 상관없다. 시장의 평가만이 결과로 인정된다.


국내 대기업 출신의 김운영 페이스북 디자이너는 "개인별로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회사에 오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하루 종일 회의하느라 자리에 앉아 있을 시간이 별로 없다"며 "벽도 층도 없이 오피스가 탁 트여 있고 공중정원 같은 외부 공간도 충분해야 혼자 조용히 산책하며 사색하고 동료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달 초 열흘간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로스앤젤레스로 들어가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를 방문하고 시애틀과 라스베이거스, 뉴욕으로 향하는 강행군이었다. 미국 6개 도시를 돌면서 30곳 이상 건축물을 답사했고, 현지 테크기업 직원들과 글로벌 디벨로퍼, 설계사 수십 명을 만났다. 목표는 단 하나, 창의와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미래 오피스`를 직접 목도하기 위해서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디지털 지식 산업을 이끌어가는 테크기업들은 굴지의 기존 제조·금융업체와는 확연히 다른 오피스 공간을 추구하고 있었다. 핵심은 △낮고 널찍하면서 내부 공간이 탁 트인 캠퍼스 스타일의 사옥 △충분한 자연녹지 △일하는 공간과 놀고 쉬는 공간의 합일 △가공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인테리어 △건물 중앙의 와이드한 계단 정도로 추려볼 수 있다. 직원들의 소통과 협업, 혁신과 창의력 발현을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녹지 속에 낮고 널찍한 캠퍼스 같은 사옥, 이를 그라운드 스크래퍼(Ground-scraper) 혹은 랜드 스크래퍼(Land-scraper)라고 부른다. 하늘로 높이 치솟은 스카이 스크래퍼(Sky-scraper)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구글이 약 1조4700억원을 들여 런던 킹스크로스역 인근에 지을 신사옥 이름 `랜드 스크래퍼`에서 따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시에 UFO 형상으로 지은 애플 신사옥도 녹지 속에 폭 싸여 있는 저층의 완벽한 원 형태다.


미래 최첨단 오피스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 사옥은 직원 누구나 수평적 지위에서 협업을 통해 창의력을 극대화하자는 스티브 잡스의 경영 철학이 담긴 것 같다.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선도하고 있는 지식기술 기업들의 생산성은 이미 전통 제조업을 능가하고 있다. 글로벌 빅4 기술기업(GAFA)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은 지난해 85만명의 임직원이 5137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인당 매출액이 121만달러에 달했다. 이 기간 세계 4대 제조업체인 폭스바겐, 도요타, 다임러, 엑소르(Exor)는 163만명의 임직원으로 9009억달러를 벌어들여 일인당 매출액 58만달러를 기록했다. 지금도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나지만, 인공지능(AI)의 발전과 플랫폼 경쟁 심화로 이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선 `미래 오피스 혁명`에 함께 뛰어들어야 한다. 스카이 스크래퍼 일색인 서울과 수도권에 그라운드 스크래퍼를 짓고, 그 패러다임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서울처럼 땅값이 비싼 곳에서는 층당 연면적이 넓은 캠퍼스 스타일의 건물을 짓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로운 공간에 대한 수요, 디벨로퍼의 혁신 의지, 건설비 규제 등이 없어진다면 충분한 대안 모델이 나올 수 있다. 서울만큼 땅값이 비싼 싱가포르에 지어진 파격적인 디자인의 인터레이스 아파트가 좋은 사례다. `2015년 올해 세계의 건축물`로 선정된 이 건물은 좌우로 넓은 6층 규모의 빌딩 블록 31개를 위에서 볼 때 육각형 모향으로 쌓아 올려 만들었다. 녹지 속에서 각기 다른 전망을 제공할 수 있고, 각층의 연면적이 넓어 근무공간, 커뮤니티, 스포츠센터 등 상호 연결된 공유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시애틀 도심 한복판의 고층 빌딩 세 곳을 본사로 쓰고 있는 아마존이 그 한가운데에 `스피어스(Spheres)`라는 대규모 온실 식물원을 만든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피어스는 아마존의 지식공장이자 시애틀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이런 도전은 충분히 해봄 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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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9/11/966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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