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영관, 오진주 기자 = "일반적인 사고로는 성공을 꿈 꿀 수 없다. 성공을 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프레임을 걷어차고 다른 사람들의 주장도 스펀지처럼 빨아들일줄 알아야 한다. 생각의 자유로움을 가지고 긍정적 사고를 추구해가면 모든 게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문주현 엠디엠(MDM)그룹 회장은 14일 서울 역삼동 카이트타워에서 기자와 만나 시종일관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익숙해져버린 것을 탈피하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문주현 회장의 '상상력'은 엠디엠그룹의 성장동력이다. 여기에 엠디엠그룹 구성원들의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엠디엠그룹은 개발과 금융을 융합한 국내 최초의 종합부동산금융그룹으로 우뚝 섰다. 현재 엠디엠그룹은 부동산개발 부문 계열회사로 엠디엠과 엠디엠플러스, 금융부문 계열회사로 한국자산신탁과 한국자산캐피탈, 한국자산에셋운용사를 두고 있다.
문주현 회장은 "일반적인 사업 방식으로 했다면 이렇게 클 이유가 없으며, 그런 식으로 몇십프로 사업이 성장하는 길이 있더라도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평소 갖고 있다"면서 "우리 물건을 사준 사람에 대한 존경심과 만족도를 충분히 하려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상품을 끊임없이 구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거상품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미래 트렌드 읽어야
문주현 회장의 주거 상품은 일단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이 누군가에서 출발한다. 엠디엠이 경기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앞에 지난해 9월 준공한 주상복합아파트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는 호텔식 식사를 제공하는 클럽하우스를 마련해 수요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문 회장은 "고급인력인 주부들이 '밥순이'로 변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어떻게 하면 주부가 중심이되는 공간에서 주부가 편리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클럽 하우스에서 아침·점심·저녁을 원가에 제공해주니 주부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 회장은 여기에 주거의 미래를 덧붙인다. 앞으로 주거의 트렌드가 어떻게 바뀔지 앞서 생각하고 이를 상품화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 회장은 "예전에는 집에서 태어나고, 집에서 병 간호를 하고, 집에서 장례를 지내는 등 사람의 생로병사를 집 안에서 해결했지만 지금은 병원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른다"며 "생로병사 활동이 집 밖으로 나가니까 집 크기가 작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1~2인 가구가 늘어나니까 집은 작아질 수밖에 없고, 카페테리아에서 밥을 먹고 저녁엔 와인을 마시고, 스포츠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잠은 호텔에서 잔 것처럼 자는 것이 새로운 주거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회장은 또 "결국 집이 대기공간이 되면서 헬스·사우나·카페 등 모든 것이 아파트에 부대시설로 들어가 그 아파트 자체가 유명한 단지가 됐다"며 "바둑대회·노래자랑 등 이런 문화를 커뮤니티 속에서 누리는 것이 결국 우리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의 새로운 상상력…소비자 맞춤형으로 끊임없이 진화
문주현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끊임없이 바뀌는 도시의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 그는 "굴뚝이 있는 공장이 아닌 친환경적인 산업단지로 변하면 산업단지가 도심에 들어오게 되고, 결국 도심이 역세권 중심으로 더 활성화돼 메가시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 회장은 앞으로 바뀌게 될 새로운 주거의 모습도 전망했다. 그는 "30년이 지나 노후된 아파트도 인공지능 등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빌딩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드론이 배달을 왔을 때 베란다에서 스위치를 누르면 물건을 놓고 가는 상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상은 현실이 되고, 때론 상상 이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며 "디벨로퍼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집도 쇼핑몰도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맞춤형 도시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회장은 "예전에는 집을 짓고 싸게 파는 것에만 급급했다"며 "디벨로퍼가 그런 점에서 기존의 사업자와 차별화돼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한국형 디벨로퍼 선두주자,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어
문 회장은 MDM을 수직계열화해 부동산 종합그룹으로 성장시켜 나갔다. 그는 "'교과서에 나오는 회사를 만들었다'는 소리도 들었다"며 "디벨로퍼가 신탁사를 인수해서 신뢰를 쌓고, 분양사와 시공사를 신탁사에 맡기고, 캐피탈과 운용사를 만들어 수직계열화했다"고 설명했다.
문 회장은 엠디엠 플러스를 통한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다음 달에 해외 파트가 출범한다"며 "개발도상국들은 리스크가 많아 선진국 위주로 접촉하면서 투자해보고 외국 자본도 가져다가 개발해보려는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특히 미래 시대 먹거리에 관심이 많다는 문 회장은 "전체 시장 점유율 가운데 조선업은 60%를 차지하지만 사양 산업이고, 바이오·제약업은 1.7%를 차지하지만 앞으로 올라갈 곳만 남아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을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공간속 작품 활동하는 디벨로퍼로서 사명감을 가져라
문주현 회장은 2014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으로 취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던 협회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활기차고 역동적인 협회로 탈바꿈시켰다.
문호를 개방하고 신진 디벨로퍼를 적극 영입해 진성회원을 950%(32개사->진성회원 309개사/회원사 607개사) 이상 늘리고, 협회 자산은 300%(7억원->21억원) 이상 증대시켰으며, 호남지회와 영남지회 출범을 통해 전국적인 조직망을 구축했다.
문 회장은 "그동안 외형을 성장시키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내실을 기하는 일을 중점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며 "신규회원을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재정의 안정화를 위한 노력들을 해나갈 계획이고 교육사업도 질적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회장은 디벨로퍼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디벨로퍼는 도시 공간에 자기가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돈을 벌려고 조잡스럽게 할거면 하지 말라. 한 공간에 획을 긋던 점을 찍던 간에 참 잘지었다는 보람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도 한때 학비 없어 큰어려움…장학사업은 계속된다
문주현 회장은 올해로 창립 16년째인 '문주장학재단'을 설명할 시간이 되니 그 어느 때 보다 함박웃음을 지었다. 장학재단에 애착이 가장 많기 때문일 거라 짐작했다. 이 재단은 1998년 문 회장이 MDM을 창업한 뒤 3년 후인 2001년 5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이다.
자본금 1억원에 불과한 기업이 아직 자리를 잡기도 전에 당시까지 번 돈의 거의 절반을 장학재단을 만드는데 사용해 직원들조차 문 회장이 기업할 마음이 없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당시 에피소드는 문회장에게 즐거운 추억의 편린으로 자리잡았다.
문주장학재단은 현재 업계 최초 출연금 300억원을 돌파한 큰 규모의 장학재단으로 성장했다. 문주장학재단은 수익의 99.9%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장학재단 설립 조건상 수익의 70% 이상 장학금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와 좋은 일을 하는 김에 끝까지 돕자'는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문 회장은 "내가 받은 거에 대한 보은으로 갚은 거지 사회사업이 아니다"라며 장학재단을 만든 계기를 풀어놨다. 그는 "경희대학교 회계학과 재학 시절 스스로 등록금을 벌어 학교를 다니고, 후배 방에 얹혀 살면서 장학재단에 소개서를 넣었더니 한 물산에서 나에게 2년 동안 전액장학금을 줬다"며 "그때 후배들에게 이 감사하는 마음을 베풀어 빚을 갚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이어 "앞으로 장학 범위를 문화예술 쪽으로 넓혀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들에게 정신적인 도움을 주고, 각종 세계적인 상으로 국가를 알리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를 돌보자는 의미"라면서 "이상문학상처럼 문주장학상을 심사위원들이 공정하게 선정해 장학금을 주거나 하는 등 훗날 명예로운 장학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